| 약사들 두통 해결하니 영업이 절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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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산 +40%, 당기순이익 +233%, 보험 판매액 전국 신협 1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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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약사신용협동조합이 세운 깜짝 실적이다. 약사만을 위한 상호금융회사, 약사신협이 이런 성장세를 보인 건 뜻밖이다. 2000년 의약분업 이후 동네 약국들이 어려워지면서 약사신협들은 긴 정체기를 보냈다. 서울약사신협도 마찬가지였다. 새로 조합에 들어오는 약국이 별로 없어 조합원이 갈수록 노령화됐다.
대출 상품은 과거보다 금리가 낮아 마진이 박한 데다 은행과의 경쟁도 치열했다. 경영여건은 최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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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금융회사의 틈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걸 찾아야 했어요.” 서울약사신협 이승호 상무의 말이다. 살길을 모색하다 다다른 게 바로 ‘불용재고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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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국의 골칫거리 해결=쓸모 없어진 재고 의약품을 일컫는 불용재고약은 의약분업 이후 약사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다. 병원이 처방약품을 갑자기 바꿔 버리면 기껏 사 놓은 조제용 약품은 무용지물이 된다. 일단 포장을 뜯은 전문의약품은 유통기한이 한참 남았어도 반품할 길이 없다. 팔다 남은 약품은 작은 약국에선 관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이로 인한 금전적 손해가 만만찮다. 약국마다 이런 골칫거리가 날로 쌓여 가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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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약사신협은 해결방법을 만들어냈다. 2008년 6월 4000만원을 들여 재고약품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구축했다. 재고약을 팔 사람이 약품명·가격·할인율·유통기한·수량을 게시판에 올리면 이를 필요로 하는 다른 약국에서 사들이는 시스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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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이 팔리면 해당 약국엔 메신저를 통해 바로 알려준다. 거래대금은 신협계좌와 연계된 사이버머니를 통해 실시간으로 오고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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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고약 배달은 서울약사신협 직원 30명이 직접 맡아 했다. 직원들은 수금과 마케팅을 위해 매일 자신의 담당 구역 약국 40~50곳씩을 방문하는데, 여기에 약 배달 일을 더한 것이다. 수수료는 한 푼도 받지 않는다. 조합 약국이라면 누구나 이 서비스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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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약을 사고팔겠다는 주문이 줄 이어 올라왔다. 2년이 채 안 돼 거래금액이 20억원을 넘어섰다. 팔겠다고 올린 약품의 거래가 성사되는 비율은 95%에 달했다. 평일엔 하루 평균 1000명이 넘는 약사들이 시스템에 접속한다. 입소문이 나면서 조합약국이 1년 새 900곳에서 1220곳으로 늘었다. 인근 하남시·성남시 약사회들이 “우리도 이용하게 해달라”고 요청해 왔을 정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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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광장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김진숙(37·여) 약사도 이미 100만원어치가 넘는 재고약을 이 시스템을 통해 팔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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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분에 이제 (재고약을) 거의 다 털었어요. 이것 때문에 신협에 가입한 약사 친구들을 이미 여럿 봤는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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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당장 다섯 알만 필요한 약이면 100알짜리 한 통을 사는 대신 신협을 통해 싸게 주문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도 말했다. 손님의 처방전에 나온 약품이 당장 없을 때 약국은 찾아온 손님을 그냥 돌려보내야 했다. 하지만 이젠 신협 시스템에서 재빨리 검색해 다른 약국으로부터 재고약을 소량씩 필요할 때 주문하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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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간에 실적 급증=서울약사신협에 재고약 거래는 수익 내는 사업이 아니다. 시스템 구축과 시스템 관리하는 아르바이
트생 월급, 직원들의 업무량 증가까지 따지면 비용이 꽤 들어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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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객에게 준 혜택은 그만큼 수익으로 바로 돌아왔다. 지난해 서울약사신협은 보험 판매액에서 전국 1위를 했다. 그 공로로 신협공제 전국대상을 받았다. 첫 회 보험료 3억원이란 기록은 신협 사상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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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히 마케팅을 세게 해서가 아니었다. 이승호 상무는 “이전엔 직원들이 열심히 부탁해도 약사들이 쉽게 가입해 주지 않았는데, 이젠 ‘보험 하나 해달라’고 하면 약사들이 고마운 마음에 바로 들어줘 판매액이 단기간 급증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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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계좌이체 유치 건수에서도 지난해 전국 신협 중 1위를 기록했다. 재고약 거래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 서울약사신협에 가입한 약사들이 그만큼 많았던 덕분이다. 약사들에겐 ‘월급통장’이나 다름 없는 건강보험공단 급여이체 계좌가 신협으로넘어오면서 거기에 딸린 계좌이체 건이 줄줄이 따라 왔다. 주거래 통장 이전이 늘자 서울약사신협은 아예 계좌이체 변경 신청을 대신해 주는 전담직원을 채용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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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순환 궤도에 안착=재고약 거래 시스템을 계기로 서울약사신협은 살림이 확 폈다. 조합원이 늘면서 자산과 순이익이 덩달아 크게 증가했다.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순자산비율도 껑충 뛰었다. 덕분에 조합원을 위한 복지사업을 더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선순환 구조에 들어선 것이다. 서울약사신협은 은퇴 약사를 위한 실버타운 임대사업, 약대생을 위한 무료 원룸 제공 등을 준비 중이다. 서울약사신협 직원들이 약국 경영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된 것도 재고약품 거래 시스템의 부수효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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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협중앙회 임우택 팀장은 “서울약사신협은 ‘고객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뭘까’에서 출발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냈다”며 “다른 신협의 벤치마킹 사례”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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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한애란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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